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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펜바흐로 이사를 했고 나는 아팠다.
지난 시간 동안 내 안에서 곪아서 끝내 썩어 있던 염증이 터져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나는 약해있었고 지쳐있어서 무언가에 기대고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모든것이 한꺼번에 터진 이후로 고약한 냄새는 남았지만 마음은 편해졌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요리를 하거나 음악을 듣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동안 내가 내 취향을 점검할 시간이나 여유가 없었다면 난 이제 누구의 영향을 받은 것도 없이 스무여덟의 내가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알렉산더 페인이고 로빈티크나 멕스웰같은 간드러지는 보컬과 감각적인 멜로디와 리듬이 좋으며 중딩때 부터 좋아했던 거스반산트는 아직도 멋진 영화감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떳떳하게 말하겠다.
그건 멋있어 보이거나 쿨해보이려고 잘 알지도 못하는 감독이름을 대고 있는 게 아니고 나에게 영구와 땡칠이의 심형래나 김연아나 투팍이나 빌위더스 그리고 니나시몬처럼 변하지 않을 동경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나는 존경받거나 본보기가 될 나이가 되어도 적어도 내 취향에 대해 떳떳할거다.
남을 의식해서 좋아하거나 좋아했던것을 숨기는 비겁한 짓은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행이다. 나는 적어도 나한테는 솔직할 수 있어서..

2 comments:

  1. 그럼 그럼. 나이먹어 제일 좋은건 이거 하나.
    "내가 뭐? 내가 어때서?"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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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a, eben!
    aber ein nachteil dafuer ist dass man so langsam egoistischer werden kann.. dann muss ich immer daran denken wie ich bin.. puha schwieri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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