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것

이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길 간절히..

Little Beaver - Party Down (1974)

Little Beaver - Party Down by yes-young
엘피로 듣고싶어 죽겠네..

Teddy Pendergrass - Close the door



좋아하는 뮤지션이었지만 좋은 사람들이 떠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던건 이 사람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그들이 전성기인 세대에 태어났을 뿐이고 내가 크고 난 지금은 그들이 떠나갈 때라서 일 것이다.
그래도 슬픈 책임감이 느껴진다.

rest in peace, teddy P

커피를 마시고 싶어.

안젤리나가 커피메이커에 칼크(석회질)제거제를 넣고 돌린이후로는 커피에 세제맛이 난다.
몇번을 헹궈도 그 약같은 맛은 없어지지 않는다.
오늘 같이 눈이 펑펑 내리고 해야할 일이 산더미 처럼 쌓여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내 게으름을 자책해야 하는 날엔 커피를 한대접정도 내려서 벌컥벌컥 마시고만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니 괜시리 짜증이 난다.
우도는 내가 부엌에 들릴 때 마다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같이 초롱초롱한 눈을 하며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자세를 보이는데 오늘은 그냥 무시하고 싶었지만 영 신경이 쓰여서 내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집은 좀 알아봤니? 오늘은 어땠니? 하는 별 의미없(다고 생각되)는 질문들이었다.

집. 집 구하는것도 계속 머리 한 구석에 자리를 잡는데 그건 마치 운동화를 신고 마라톤을 할 때 몰래 들어온 작은 돌맹이 같은 것 이다.
신경안쓰자니 걸리적거리고 신경쓰자니 할일이 태산이니 그냥 케 세라 세라 할랜다.
암튼 나보다 내 주변사람들이 내가 살 집에 더 관심있어한다.
가만히 있어도 슬그머니 할 일은 마무리 짓는 나름 음흉한 성격이라 에이비형이냐는 질문을 줄곧 듣는데 워낙 타고 난 성격이 그렇다. 지 좋을 때만 어리광 부리는 고양이 같다는 말도 종종 들었다.
참, 집 알아보다가 느낀건 내가 왜 베를린을 두고 여기에 왔을까 하는거다.
이 도시에 오기전에 받았던 베를린 예술학교의 초대장이 눈에 아른거렸..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후회하지는 않지만,
동베를린의 음산하고 오래되서 쓰러져 가는 건물에 삐걱거리는 나무바닥이 되어있는 방하나를 얻어 작업실을 꾸미고 누가 버린 가구들을 주어서 침실을 꾸미고만 싶다. 그런 집들이 이 도시에서는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수요일엔 비자를 새로 받는데 여기 프랑크푸르트는 학생비자를 일 년 밖에 주지않는다는 말을 들으니 또 성질이 났다. 그럼 매년 비자 받는다고 달력에 체크하고 알람을 맞춰놓고 제출할 서류를 정리하고 40유로를 미리 챙겨놓아야 하는건가. 그건 한번에 한가지에만 전념할 수 밖에 없는 나에겐 가혹한 짓이다.(버럭!)

친구 은미는 지난 생일날 아침에 전화해서 올 해 추석에 유럽에 오고싶다며 아직 계획되지 않은 내 추석스케줄까지 정해주셨다. (나 사실 가족이랑 보내고 싶어..ㅠㅠ)
암튼 녀석이 오겠다는 말이 싫지는 않아 die Bahn사이트에 들어가서 파리가는 ICE티켓을 알아보니 아주 맘에 드는 가격이었다. 왕복 팔십유로 정도인데 기차로 세 시간 밖에 걸리지 않더라.오왕!
가는건 둘째 치고 어디서 자냐고..일단 보류다. 그리고 나서는 갑자기 파리가 가고 싶어 샹송을 주구장창 들었고 파리에 사는 본영과 통화를 했다.

지난 생일엔 특별한 일은 없었고 구글에서 내 생일에 태어난 유명한 인물들을 찾아보았더니 꽤 많았다.
Stephen Hawking, Emily Balch, Shirley Bassey, Lauren Hewett, Brook Lee, David Bowie, Jimmy Page, R. Kelly, Elvis Presley 등등 대략 학자나 작가와 음악가가 대부분이었는데 그렇게 선별해놓은 사이트일지도 모른다.(알길은 없지만..)
스무여덟 해 동안 내 생일은 서너번 빼고는 항상 조용했는데 겨울방학이었거나 시험기간이었거나 솔로이었기 때문이다.
암튼 그 날 오전엔 여권을 새로 발급받았고 생일 맞이 코트 주문한건 취소했다.
자존심 챙겨서 변명을 늘어놓자면 별로 필요가 없어서일테고 솔직히 말하자면 돈이 없었다.
그리고 오후엔 치킨이 너무 먹고 싶었으므로 켄터키에 가서 치킨을 사서 혼자 먹었고 저녁엔 룸메이트들과 떡국과 파전을 부쳐먹었다.

일기라고 쓴 것이 찬밥에 남은 음식 비비듯 섞여 있어 신선하지가 않으니 일단 게으름병 좀 고쳐보고..
에효 암튼 커피가 마시고 싶은 밤이다.

1월

1년 중에 반갑지 않은 달이 있다면 2월과 4월 그리고 11월, 12월이다.
그리고 기다려지는 달은 5월과 9월
한여름과 한겨울은 괜찮다.
그러니 1월과 8월은 그냥저냥 무난하다.
12월의 후유증을 이기지 않으면 1월도 별로지만..(지금처럼)

은은한 향기가 좋다.

가만히 눈에 뛰지는 않지만 존재감이 있는 은은한 사람이고 싶다.
욕심내지 않으며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조금은 지루하고 톡톡튀는 재미는 없더라도 내가 아니면 내지 못할 은은한 향기를 조용히 풍기고 싶다.

Pas Toi (1997)



Quoi que je fasse, où que je sois
내가 무엇을 하던, 내가 어디에 있던
Rien ne t'efface, je pense à toi
아무것도 너를 지우지 않아, 너를 생각해
Et quoi que j'apprenne, je ne sais pas
내가 무엇을 알게 되더라도, 나는 몰라
Pourquoi je saigne et pas toi
왜 나는 피흘리는지, 너는 안그러는데
Graver l'écorce jusqu'à saigner
나무껍질에 세기기, 피가 날때 까지
Clouer les portes, s'emprisonner
문에 못을 박고, 감옥에 갇히기
Vivre des songes à trop veiller
공상에 감기고, 너무 주시하고
Prier des ombres et tant marcher
그림자에 기도하고 그렇게 걷고
J'ai beau me dire qu'il faut du temps
아무리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 자신에게 말해도
J'ai beau l'écrire si noir sur blanc
그렇게 검정색으로 하얀색으로 적어도
Quoi que je fasse, où que je sois
내가 무엇을 하던, 내가 어디에 있던
Rien ne t'efface, je pense à toi
아무것도 너를 지우지 않아, 너를 생각해
Et quoi que j'apprenne, je ne sais pas
내가 무엇을 알게 되더라도, 나는 몰라
Pourquoi je saigne et pas toi
왜 나는 피흘리는지, 너는 안그러는데
Passent les jours, vides sillons
날들이 지나고, 고랑이 비워지고
Dans la raison et sans amour
합리속에서, 사랑 없이
Passe ma chance, tournent les vents
나의 기회가 지나가고, 바람이 바뀌고
Reste l'absence, obstinément
빈자리만 남고, 고집속에서
J'ai beau me dire que c'est comme ça
이럴수 밖에 없는 거라고 내 자신에게 말해도
Que sans vieillir, on n'oublie pas
늙지 않고서는 잊을 수 없다고
Quoi que je fasse, où que je sois
내가 무엇을 하던, 내가 어디에 있던
Rien ne t'efface, je pense à toi
아무것도 너를 지우지 않아, 너를 생각해
Et quoi que j'apprenne, je ne sais pas
내가 무엇을 알게 되더라도, 나는 몰라
Pourquoi je saigne et pas toi
왜 나는 피흘리는지, 너는 안그러는데
Y a pas de haine, y a pas de roi
증오는 없어, 왕은 없어
Ni dieu ni chaîne, qu'on ne combat
신도 묶는 것도, 우리가 이길 수 있는
Mais que faut-il, quelle puissance
하지만 무엇이 필요하지, 어떤 힘이
Quelle arme brise l'indifférence ?
어떤 무기가 무관심을 깰 수 있지?
Oh c'est pas juste, c'est mal écrit
아 그건 불공평해, 잘못 쓰여져 있는
Comme une injure, plus qu'un mépris
모욕처럼.. 하지만 멸시
Quoi que je fasse, où que je sois
내가 무엇을 하던, 내가 어디에 있던
Rien ne t'efface, je pense à toi
아무것도 너를 지우지 않아, 너를 생각해
Et quoi que j'apprenne, je ne sais pas
내가 무엇을 알게 되더라도, 나는 몰라
Pourquoi je saigne et pas toi
왜 나는 피흘리는지, 너는 안그러는데


cover of jean-jacques goldman 'pas toi'(1985)
번역 원문

jonathan gray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북커버디자이너 jon gray, 사실 부끄럽지만 Extremely Loud and Incredibly Close는 그의 멋진 책표지디자인을 보고 샀다.

지름

생일 이틀 앞두고 벼르던 코트를 지름.
엄마아빠한테 낳아주셔서 감사해야 할 생일을 앞두고 왜 날 위안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올 겨울 내내 작년 2월에 파리에서 9유로 주고 산 짜라 코트를 입고 주구장창 지냈으니 나름 합리적인 내 사고방식대로 엄마한테 말할 변명거리는 챙겨둔 셈이다.
웃긴건 뭐 하나 살때마다 독일얘들 눈치가 좀 보인다.
동아시아에서 온 아이들은 씀씀이가 헤프다던지 돈이 많다던지 그런 말이 듣기 별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금도 얼마 안남았는데 립스틱도 하나 샀다.
이쁘게 보이고 싶나봐..
철이 덜 들었다.

암튼 평소에 잘 듣지 않는 조쉬 그로반의 음악도 너그러이 듣게되는 그런 여유로운 저녁이다.
춥다..무진장..

아바타

효정언니를 만나서 핏니스스튜디오를 알아보고 학교 도서관에 간 뒤 언니네 집에서 뒹굴 계획이었으나 날씨가 무척 추웠으므로 언니와 나는 시내 한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언니의 여행담을 들으며 언 손을 좀 녹였다.
나는 무용담이나 여행담을 듣기 좋아하는데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름 특이한 나의 관점대로 자유롭게 상상을 할 수 있어서이다.(나라면 아마 이랬겠지.. 아.. 그때 날씨는 이랬을거야..등등)
어쨌든 다시 밖에 나와 언니의 집으로 향하던 중 내일이 생일인 내 Mitbewohnerin 안젤리나에게 잘 어울릴 만한 호피무늬 앙고라 베렛을 생일 선물로 샀고 오랜만에 읽을 신문도 샀으며 로스만에 가서 세일하는 샴푸와 바디로션, 리콜라 잘바이 사탕을 짝수로 맞춰 산 뒤 내친김에 kino로 가서 아바타 영화 티켓 두 장도 샀다.

아바타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내용보다는 입체영상을 훌륭히 만들어낸 수도 없이 많을 영상 작업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고 세시간이 지루하지 않았으니 좋은 양념을 적절히 섞은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3D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픽사의 토이스토리3도 같이 개봉했다면 나는 아마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학교친구가 따로 안경까지 준비하면서 3D사진작업을 내게 보여 준 적이 있었는데 별로 관심이 없던 나는 뭐 저런걸 하고 있나..의아해 했었다.
아바타를 보면서 3D효과가 원근감이나 피사체의 입체감 표현에서 점점 더 완벽해 진다면 언젠가는 평면작업보다 선호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더구나 요즘엔 모니터나 티비도 3D영상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으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영화가 끝나고 안경을 벗는 순간 화려했던 판도라행성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남는 것은 짧은 WOW! 탄성뿐이었고 결국 원래 계획했던 일은 내일로 미룬 채 허무하게 집으로 돌아옴.

3D하니까 갑자기 Sagmeister가..(떠오름)


흥미로운 시각효과이긴 하다.

Bill Withers w/ Ralph Mcdonald - In The Name Of Love



어린시절 넉넉하지 않았던 우리집에는 그다지 대단한 전축도 그다지 대단한 헤드폰도 스피커도 없었지만 난 항상 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선이 연결되지 않은 큰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아버지께서 즐겨 들으시던 빌 위더스의 음악을 같이 듣길 좋아했다.
그 후에 집 근처 살던 외사촌언니 집에(언니의 집에는 최신 오디오가 있었으므로) 놀러 갈 때마다 난 빌위더스의 음악을 꼭 찾아 들었는데 그의 목소리는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묵직하지만 따뜻했고 마치 아버지께서 불러주는 자장가와 같이 편안하고 아늑했다. 어느 날 오후에 해가 질 때 쯤 언니방에서 린온미를 듣고 (뭔지도 모르고) 펑펑 울었던 기억도 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좋아했던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며 내게 들려 주었던 노래도 빌위더스의 just the two of us 였는데 난 그 때 '이건 운명이야..(천사들의 합창의 라우라 처럼)' 라고 느꼈었다.
자라면서 함께 했던 것이 꼭 빌 위더스의 음악 만은 아니지만 그의 음악은 나에게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 말없이 나를 바라봐주고 내가 기댈수 있는 언덕같은 내 아버지와 같은 음악이다.

암튼 오늘 신년맞이 파일정리, 아이팟에 담긴 음악을 정리하다가 빌위더스의 음악에 꽂혀 옛날생각에 젖음.
어제를 그리워하는 것 보다 오늘을 즐기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오늘은 안젤리나랑 같이 폐인 모드로 가끔 티비에서 하는 영화(빅피쉬, 패밀리맨 뭐 이런거..)도 보다가 뭐..어제부터 배가 아파서 누워있다가 틈틈이 잠 들고 안부전화로 친구, 오빠 언니들과 수다도 떨었다.
요즘 또 사람들 어떻게 사나..이게 궁금해서 블로그들도 좀 보다가 '아..남의 인생 궁금해하는거 너무 중독성있어.'하면서(사실 어제는 인터넷 안하기 성공했는데..) 인터넷 하는 시간을 좀 줄여야겠다 다짐함.

아 근데 2000년에는 고교졸업하고 수능도 끝나서 그래도 홀가분했는데 2010년이 되니 '10년동안 내가 뭐한거지?' 싶다. 나이 열살 더 먹었다고 좀 더 소심해지고 겁나는게 많아진듯..

Eike Koenig from Hort

Eike Koenig from Hort

스튜디오를 놀이터라고 생각하는 Eike Koenig의 작업에 대한 즐거운 태도와 실행.
유쾌한 웃음과 아이같은 엉뚱함.. 닮고 싶다.


이 참에 부퍼탈이나 함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