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 Withers w/ Ralph Mcdonald - In The Name Of Love



어린시절 넉넉하지 않았던 우리집에는 그다지 대단한 전축도 그다지 대단한 헤드폰도 스피커도 없었지만 난 항상 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선이 연결되지 않은 큰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아버지께서 즐겨 들으시던 빌 위더스의 음악을 같이 듣길 좋아했다.
그 후에 집 근처 살던 외사촌언니 집에(언니의 집에는 최신 오디오가 있었으므로) 놀러 갈 때마다 난 빌위더스의 음악을 꼭 찾아 들었는데 그의 목소리는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묵직하지만 따뜻했고 마치 아버지께서 불러주는 자장가와 같이 편안하고 아늑했다. 어느 날 오후에 해가 질 때 쯤 언니방에서 린온미를 듣고 (뭔지도 모르고) 펑펑 울었던 기억도 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좋아했던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며 내게 들려 주었던 노래도 빌위더스의 just the two of us 였는데 난 그 때 '이건 운명이야..(천사들의 합창의 라우라 처럼)' 라고 느꼈었다.
자라면서 함께 했던 것이 꼭 빌 위더스의 음악 만은 아니지만 그의 음악은 나에게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 말없이 나를 바라봐주고 내가 기댈수 있는 언덕같은 내 아버지와 같은 음악이다.

암튼 오늘 신년맞이 파일정리, 아이팟에 담긴 음악을 정리하다가 빌위더스의 음악에 꽂혀 옛날생각에 젖음.
어제를 그리워하는 것 보다 오늘을 즐기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오늘은 안젤리나랑 같이 폐인 모드로 가끔 티비에서 하는 영화(빅피쉬, 패밀리맨 뭐 이런거..)도 보다가 뭐..어제부터 배가 아파서 누워있다가 틈틈이 잠 들고 안부전화로 친구, 오빠 언니들과 수다도 떨었다.
요즘 또 사람들 어떻게 사나..이게 궁금해서 블로그들도 좀 보다가 '아..남의 인생 궁금해하는거 너무 중독성있어.'하면서(사실 어제는 인터넷 안하기 성공했는데..) 인터넷 하는 시간을 좀 줄여야겠다 다짐함.

아 근데 2000년에는 고교졸업하고 수능도 끝나서 그래도 홀가분했는데 2010년이 되니 '10년동안 내가 뭐한거지?' 싶다. 나이 열살 더 먹었다고 좀 더 소심해지고 겁나는게 많아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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