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부터 감기는 나아질 기미를 안보인다.
중간프리젠테이션이 꽉 잡힌 이번 주엔 나 자신을 탓해보기도 했다가
이내 잘할수 있을 거라고 달래보기도 한다.

오락가락. 날씨도 참 나 같다.
어제는 비가 추적추적 음산하게 내리더니 오늘은 상쾌한 날 이었다.
며칠전 학교 카페에서 타마라가 동물원에 가자고 말 했던 것이 떠올랐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미뤘던 답 메세지를 보냈다.

동물원에 가려고 나가려고 하던 찰나에 앞머리도 조금 다듬었다.
자르다 보면 항상 생각했던 길이보다 조금은 짧아져있다.
그냥 나둘걸 그랬나.. 하고 후회도 해본다.
아쉽지만 이것 또한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하고 생각했다.
고작 앞머리에 나 또 너무 진지해졌다.

기침이 너무 심하다.
나아지지가 않으니 기침하는 내가 미안해질 때가 생긴다.
트람이나 버스를 탈 때에도 기침을 심하게 하는 나를 사람들이 조금 피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돼지독감아닙니다.피하지마세요."

라고 얼굴에 써놓으면 당당해질 수 있을까. 하고 실없는 생각도 해 보았다.

프랑크푸르트 동물원에는 동물이 많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20년 만에 찾는 동물원인 만큼 의외로 재미있었다.
어렸을 때 일요일마다 아버지께서 즐겨 보시던 동물의 왕국도 다시 생각났다.
특히 그 뭐더라..오랑우탄..아니 망토개코원숭이가 제일 재미있었다.
대장은 항상 제일 강인해보이는 원숭이었는데 반항하는 한마리가 있으면 터프하게 한판 붙자는 듯 소리지르고 밖으로 나간다.
대장이 화가 나서 난장판을 벌이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니 뜬금없게도 예전에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는 얘기다.
이성이 본능을 억제하지 못할 때에 가장 극적이지 않을까. 어찌됐던 신선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왔을 때 룸메이트 우도가 말했다.
2월말에 이사를 나가야 한다고, 그렇게 결정이 됐다고 한다.
그러니까 집주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층의 윗 층 에 살고 있는데 우리가 나가는 즉시 집을 넓히려고 하는 계획이다.
이번에 이사를 가게되면 독일에서의 아홉번째 이사가 된다.
열번째 이사가 되는 날엔 크게 파티를 할까도 생각해본다.
사실 그렇게 달가운 것은 아니고 집구하기 어려운 이 도시에서 집을 구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휴..

언제부터인가 나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다정하게 세세히 얘기하지 않게 되었다.
핑계라는 것을 잘알지만 내가 찾은 최선의 방법은 간단하게 요점만 얘기한다던가.. 그러니까 상황 설명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좀 강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사실 내 문제는 그 반대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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